지그문트 프로이트는 모든 것이 성(性)과 은밀하게 연관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물론 실제로도 그렇다.

Mating(짝짓기)은 원래 'meat를 나눠 먹는 것'이었다.

옛날 meat는 고기뿐만 아니라 모든 종류의 음식을 뜻했다.

Companion(벗)도 '빵을 나눠 먹는 사람'이었다. 라틴어로 빵이 panis였기 때문이다.

 

고대 영어에서는 '빵"이 hlaf로 쓰였다. Loaf(빵 덩어리)도 여기서 나온 말이다.

그 시절 여자는 빵을 만들고, 남자는 만든 빵을 지키는 역할을 했다.

그래서 여자는 hlaf-dige, 남자는 hlah-ward라고 불렀다.

hlafward → hlaford → lavord → lord: 바깥주인, 귀족

hlafdige → hlafdi → lavedi → lady: 안주인, 숙녀

안에서 무언가를 만드는 사람과, 바깥에서 무언가를 지키는 사람은 이런 변화를 거쳤다.

 

언어가 다양한 변화를 거치는 것처럼, 세계 언어도 다양하게 변화해왔다.

그리고 변화하기 전 가장 첫 언어가 있었을 것이고, 사람들에게 가장 유력하게 통하는 설이 하나있다.

아주 먼 옛날 기원전 4000년경에, 흑해와 카스피해 사이 땅에 살던 사람들이 있었다.

신석기 시대답게, 이들은 특이한 토기와 온갖 잡동사니를 만들었다.

신기하게 이들은 죽은 사람을 구덩이에 묻는 풍습이 있는데, 이것 때문에 '쿠르간 매장 문화권'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물론, '쿠르간'이라는 단어는 현대에 붙인 이름이다.

그때 그들 스스로를 뭐라 불렀는지는 알 수 없다. 문자도 없던 시기니 말이다.

그렇게 학자들이 추정하여 그들이 사용했을 법한 언어를 재구성했다.

그렇게 재구성한 언어를 '원시 인도유럽어(Proto-Indo-European)'라고 한다.

 

쿠르간인들은 침략에는 소질이 없는 듯했다.

상대를 침략할 때 사방팔방으로 흩어졌는데, 그렇게 일부는 인도 북부로, 일부는 페르시아로 흘러갔다.

더 멀리 가서는 발트해 지역까지 간 무리도 있었고, 그리스로 넘어간 무리도 있었다.

심지어는 길을 잃고 이탈리아까지 간 사람도 생겨났다!

가는 곳곳 구덩이에 토기같은 유물을 묻어놓아 자취를 따라가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이들이 토기를 전역에 퍼뜨린 것처럼, 자신들의 언어를 유럽과 아시아 전역에 퍼뜨렸다.

 

고대 인도인들은 아버지를 pitar라고 불렀고, 고대 그리스인들은 pater, 고대 로마인들도 pater라고 불렀다.

고대 게르만인들은 p를 f 비슷하게 발음하여 fater라고 불렀다.

영어는 고대 게르만어에서 나온 언어이므로 영어에서는 아버지를 father라고 부른다.

 

원시 인도유럽어의 seks란 단어는, 독일어로 sechs, 영어로 six, 라틴어로 sex, 산스크리트어로 sas, 그리스어로 hex다.

독일어의 P-F 발음과, 그리스어의 S-H 발음처럼 발음이 변화하는 원칙이 존재한다.

이런 원칙은 전부 원시 인도유럽어의 모습에 기반하고 있다.

수많은 언어학자들이 역추적을 하고 있지만, 그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다.

'아버지'라든가 숫자라든가 발음만이 바뀌는 경우가 아니라 단어의 의미까지 바뀐다면...정말 알 턱이 없다.

 

예를 들어 원시 인도유럽어의 neogw라는 단어를 보자. '옷을 입지 않은'이라는 뜻이다.

게르만어에서 갈라져 나온 영어와 독일어에서는 neogw가 naked가 되었고,

라틴어에서 갈라져 나온 이탈리아어, 프랑스어, 스페인어에서는 neogw가 nude가 되었다.

그런데, 페르시아에서는 이 단어가 음식 이름이 되어버렸다!

 

고대 페르시아인들은 고기를 뜨거운 재 속에 넣어 익혔다.

하지만 빵은 화덕에서 '아무것도 입히지 않고' 구웠다.

그렇게 구운 빵은 nan이라고 불렀다. nan은 힌디어로 넘어가 naan[난]이 되었다.

인도에 가면 나오는 부드러우면서 하얗고 쫀득한 naan[난]은 벌거벗은 음식이다.

 

빵 이름에는 더 이상한 것들도 있다.

이탈리아 빵 ciabatta[치아바타]는 '슬리퍼'라는 뜻이고,

유대인들이 유월절에 먹는 빵 matzah[마차](무교병)는 '물이 쪽 빠진'이라는 뜻이고,

독일식 검은 호밀빵 pumpernickel[품퍼니켈]은 '방귀 요괴'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pumpernickel과 partridge(자고새)는 무슨 관계일까?

 

 

출처 : 걸어다니는 어원 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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