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단어 대부분 Shah[샤]에서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옛날 페르시아에서는 왕을 Shah라고 했다. 그리고 거동이 불편하거나 죽은 왕을 Shat mat라고 했다.
Shah는 아랍어로도 Shah가 되었다. 그리고 통속 라틴어(Vulgar Latin)로 가서는 Scaccus가 되었다.
그게 고대 프랑스어로 가서 Eschec가 되었고, 복수형인 Esches가 영어로 들어와 Chess가 되었다.
물론 체스 게임은 '왕 놀이'니까 그렇게 부를 만도 했다.
그럼 Shat mat(죽은 왕)은 어떻게 되는 걸까?
체스에서 왕이 옴짝달싹 못 하는 상황을 지금도 Checkmate(외통장군)이라고 한다.
체스를 두는 판은 Chessboard(체스판)이다. Chessboard는 그 위에 물건들을 정렬해놓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길이 10피트, 너비 5피트 정도의 사각형 판을 놓고 테이블처럼 주위에 둘러앉는다.
판의 모든 테두리에는 손가락 네 개 정도 높이로 벽이 세워져 있어, 판 위에 올린 물건들이 떨어질 염려가 없다.
또한 이 '으시케(Escheker)' 위에 깔아놓은 것은 여느 천이 아니다.
부활절 기간에 구입한 검은색 바탕에 줄무늬가 있는 천이며, 줄무늬 사이의 간격은 1피트 또는 한 뼘 정도이다.
그리고 줄무늬 사이의 구획 위에 계산용 패를 올려 적절한 값을 나타낸다.
『 재무재판소 회담록 Dialogus de Scaccario 』
헨리 2세는 회계 작업을 할 때, 위와 같은 판을 애용했다고 한다. 영락없는 체스판 모양이다.
헨리 2세는 프랑스어를 썼기에 체스판을 'Escheker'라고 불렀다.
영국에서는 이 말이 기원이 되어, 지금도 재무장관을 Chancellor of the Exchequer라고 부른다.
s가 x가 바뀐 것은 오해와 무지의 소산이니 넘어가자.
체스와 페르시아 왕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Endgame(체스 게임의 종반, 막판)은 아직 멀었다. 그럼 Continue unchecked(거침없이 계속해)볼까.
체스를 두다가 상대방이 Check를 부르면서 Put you in check(장군하다)하면 선택지가 별로 없다.
그럴 때, Get out of check(멍군하다)하지 않으면 Checkmate를 당해 게임이 끝난다.
Hold someone in check가 '통제하다, 억제하다'의 뜻이 된 것은 이 때문이다.
다시 말해 Check한다는 것은 '막고 저지하는 것'이다.
아이스하키에서 상대 선수를 몸으로 저지하는 동작을 Body check라고 한다.
정부도 Checks and balances(견제와 균형)의 원리에 의해 Held in check(견제받는) 상태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Check 혹은 Cheque는 '문제를 막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바뀌었다.
17세기 영국의 행정 관리 '새뮤얼 피프스(Samuel Pepys)가' 쓴 일기에 Clerk of the Cheque라는 직책을 맡은 사람이 나온다.
왕실 조선소의 회계 장부를 관리하면서 사기를 방지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다.
그렇게 Check는 '부정행위를 막는 수단'까지 바뀌었다.
사람들은 Hatcheck(휴대품 보관소)에 모자를 맡기고, Check(보관증)를 받는다.
약속 어음을 대신해 Bank check(수표)를 도입했는데, Check fraud(사기를 방지하다)하는 효과가 있어 이름이 붙었다.
Bank check는 영국에서나 미국에서나 처음에는 '-ck'로 적었다.
그런데 영국에서는 앞에 나온 Chancellor of the Exchequer의 철자에 이끌려서인지 철자가 바뀌었다.
결과적으로 영국에서 Bank cheque는 'Check 없는 Cheque(제약 없는 수표)'가 되었다.
이런 과정을 거쳐 Check에서 많은 뜻이 파생되었다.
Check off(확인 표시를 하다), Check up(문제가 없는지 확인하다)처럼 말이다.
이윽고 라이트 형제가 비행기를 발명하자, 또 새로운 단어가 나왔다.
비행사들은 자기 위치를 확인하기 위해 지상의 기준점을 Checkpoint(확인점)라고 불렀다.
그러다 제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났고, 조종사들은 실력을 점검받는 Checkout이라는 시험을 보았다.
곧 가게에도 Checkout(계산대)가 생기고, 병원에 가면 Checkup(건강 검진) 받고, 길 위에 '검문소'가 Checkpoint 생겼다.
호텔 투숙객은 Checked shirt(체크 무늬 셔츠)를 입고 Check-in(카운터)에서 일한다.
그리고 Check in (체크인하다)하고 Check out(체크아웃하다)하게 되었다.
이게 다 옛날 페르시아 왕, Shah 때문이다.
이 모든 것은 Czech Republic(체코 공화국)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체코의 수반은 Shah가 아니라 대통령이다.
물론 체코 출신 테니스 선수 '이반 렌들(Ivan Lendl)'은 그의 아내 입장에서 보면 '체크메이트',
즉 Czech mate(체코인 배우자)가 맞기는 합니다만 무슨 상관이겠습니까. 성별이 다른 배우자인데 말이죠.
출처 : 걸어다니는 어원 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