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적 전설에 따르면 Pantaleon[판탈레온]이라는 사람이 살았다고 한다.
그는 로마 황제 막시미아누스의 주치의였다.
황제는 주치의가 기독교인이라는 걸 알고 화가 잔뜩 나서 처형하기로 했다.
그런데... 처형하려고 보니까 처형하는 게 쉽지 않았다.
산 채로 화형에 처하려고 했더니 불이 갑자기 꺼져버리질 않나,
펄펄 끓는 납물에 던져 넣었는데 납물이 식어서 차가워지질 않나,
돌덩어리에 묶어서 바다에 빠뜨렸는데 돌덩어리가 물 위로 떠오르질 않나,
맹수들에게 먹잇감으로 던져주었는데 맹수들이 가축처럼 온순해지질 않나,
목을 매달아 죽이려고 했더니 밧줄이 끊어지질 않나...
마지막으로 칼로 목을 치니 칼이 휘었고, 판탈레온은 사형 집행인을 너그러이 용서해주었다;.
마지막에 보인 너그러움 때문에 그는 Pantaleon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
이는 '모든 것에 자비로운(All-Compassionate)'라는 뜻이다.
하지만 결국 Pantaleon은 참수당해 죽고 말았다.
그는 그리스의 Megalomartyr(위대한 순교자; Great Martyr) 중 한 사람으로 추앙받았다.
세월이 흘러 10세기 무렵 Pantaleon은 베니스의 수호성인이 되었다.
그로 인해 Pantaleon은 베니스에서 흔한 이름이 되었다.
어찌나 흔한지, 베니스 사람을 Pantaloni[판탈로니]라고 부르기까지 했다!
그러다 16세기에 이탈리아에서 '콤메디아 델라르테'라는 연극 양식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유랑 극단이 공연하는 짧은 희극인데, 할리퀸이나 스카라무슈처럼 단골로 등장하는 고정 인물들이 특징이다.
그중에는 전형적인 베니스 사람을 상징하는 Pantalone[판탈로네]라는 인물도 있었다.
Pantalone는 구두쇠 상인이자 탐욕스러운 노인이다.
그리고 당시 베니스 사람들이 잘 입던 상의와 하나로 연결된 바지, Breeches[브리치스]를 입었다.
그래서 Pantalone가 입은 긴 Breeches를 영국에서는 Pantaloons라고 부른다.
Pantaloons가 줄어 Pants가 되었고, 속옷 아랫도리는 Underpants라고 부르게 된다.
그러다가 Underpants를 다시 Pants로 줄여서 부른다.
(미국에서는 Pants라고 하면 바지를 뜻한다.)
따라서 Pants(팬티)는 어원적으로 '모든 것에 자비로운' 성인(聖人)이다...!
우리가 입고 있는 속옷 이름은 초기 기독교 순교자의 이름에서 따왔다는 것이다.
출처 : 걸어다니는 어원 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