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취업해야 하는가 (새벽에 젖어 쓰는 글)
4학년 2학기, 졸업반이라는 상황에 놓여있다.
지원서를 낼수록 돌아오는 답변은 없고, 상황과 일정은 엉켜만 간다.
스트레스 받고 답답하다. 모든 것이 귀찮고 하기 싫다.
아침에 일어나서 운동을 가고, 다녀와서 공부를 하고, 공부한 내용을 정리한다.
그리고 새로운 공부를 하고, 문제를 풀고, 자기소개서를 작성한다.
공고가 나온 기업을 탐색하고, 자기소개서를 내기 위해 기업 분석을 한다.
그리고 새롭지만 같은 하루는 다시 시작된다.
나는 나를 잘 안다.
한 번 시작한 것은 포기하지 않는다.
나는 해낼 수 있을 거라는 것을 알고 있다. 마음 속 깊이 믿고 있다.
내가 이해하지 못한 것은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다. 될 때까지 한다.
그렇기에 지금 상황도 내가 헤쳐나갈 수 있다는 확신이 있다.
그럼에도 '정해지지 않은 미래'라는 것은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나는 참 다양한 것을 좋아한다.
생각하고 고민하는 것을 좋아한다.
이것이 왜 이럴까 근본적으로 고민하는 걸 좋아한다.
이전에 겪어보지 못한 새로운 것을 경험하기 좋아한다.
깔끔하게 정리하는 것을 좋아한다.
다양한 지식을 배우는 걸 좋아한다.
새로운 만남을 좋아한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을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걸 좋아한다.
미쳤다고 할지 모르겠지만, 공부도 재밌는 편이다. 내가 모르는 지식이 세상에 넘치지 않는가.
그리고 말하는 것을 좋아한다.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는 답답한 나는,
오늘도 결국 친구와 말하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풀려간다.
오늘도 같이 취업 준비를 하는 친구와 이야기를 나눈다.
같이 할 수 있다는 존재는 힘이 된다.
친구와 이야기하고, 계속해서 생각을 하다보니 드는 생각이다.
결국 나는 회사에서 일을 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회사에 들어가야 한다.
나는 왜 일을 하고 싶어할까?
회사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할까?
나는 왜 일하고 싶어하는가.
위의 한 줄은 내 고등학교 생활기록부에 적혀있는 무수한 문장 중 한 줄이다.
처음으로 내 생활기록부를 봤을 때, 가슴이 울컥했다.
성실하다, 설득력있다, 논리적이다, 적극적이다, 꼼꼼하다, 예리하다.
초등학교 때부터 정말 많은 사람들에게서 들은 말이다.
생활기록부에 저런 말이 적히지 않은 사람이 어디있을까. 나는 엄청난 존재가 아니다.
하지만, 많은 선생님들 가운데 저 선생님만큼은 '나'를 정말 '나'로 바라봐주고 계셨구나.
저 선생님께서는 내가 하는 생각을 정말 진심으로 깊이, 생각해보고 계셨구나하고 느꼈다.
내가 가진 것을 공유한다는 건 정말 즐겁다.
나는 독학하는 것도 좋아한다.
혼자서 맨땅에 부딪히면서, 머릿속에 나만의 방정식을 구축해나간다.
영어, 일본어, 수학, 컴퓨터 개론, 음악, 운동, 마술, 책 출판, 그림, 영상 편집, 독서, 목공, 잡지식, 생물학, 경제.
모든 지식을 흡수하고, '지혜'를 구축해나간다.
모든 것들은 유기적으로 이어져있다. 말 그대로 모든 것들은.
이렇게 얻은 지식들이 하나씩 이어질수록 방정식은 지수 함수 형태로 의미를 창출한다.
직접 시간과 돈을 투자하면서, 정말 어렵게 얻은 소중한 지식이다.
이 지식은 금고에 꼭꼭 숨겨둘 때가 아니라, 많은 사람에게 나눠줄 때 의미가 생긴다..
돈은 중요하지 않다.
하지만, 돈보다 중요한 건 시간이다.
돈주고도 살 수 없는 나의 경험을, 정말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심어준다.
그렇게 그 사람의 시간을 아낄 수 있다.
그리고 나와 같이 해냈다는 성취감을 같이 느낀다.
그렇기에 나는 일을 하고 싶다.
초중고 입장에서 수능은 엄청나게 큰 벽이다.
그리고 대학은 기존에 배우던 방식과는 엄청나게 다르다.
대학 입장에서도 취업은 엄청나게 큰 벽이다.
마찬가지로 회사는 기존에 배우던 방식과는 엄청나게 다르다고 생각한다.
아직 내가 있는 곳은 우물이오, 더 넓은 곳으로 나아갈 수 있다.
아직 배우지 못한 새로운 길이 한가득 널려있다. 어서 배우고 싶다.
배우고 익혀서 나만의 방정식에 값들을 늘려간다.
새로운 지식을 쌓고, 지혜를 늘려, 가치를 창출한다.
내가 사회의 일원으로서 노력하고, 실질적인 제품에 기여한다.
나 혼자서 다른 사람을 도울 때보다, 그 규모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질 것이다.
나는 내가 아는 것을 공유하고 싶다.
하지만 위에서 말한 내 인생의 가치관을,
옳다고 생각하는 나의 신념을,
누군가를 돕고자 하는 나의 마음을,
새로운 것을 배우고자 하는 나의 열정을,
중요한 것은 돈이 아니라 경험이라는 나의 관념을,
나로 하여금 많은 이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하는 나의 목표를,
나의 자세를, 나의 시선을, 나의 진심을, 이 모든 것들은.
서류와 면접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표현해야 한다.
말하는 것을 원체 좋아하는 나에게 있어서, 설명하는 것은 문제가 안 된다.
30분이고, 1시간이고, 하루고, 일주일이고, 들어만 준다고 하면 얼마든지 말해줄 수 있다.
하지만 그럴 수 없기에 나는, 우리는 생각해야 한다.
어떻게 취업해야 하는가.
많은 영상을 보고, 많은 조언을 받고, 많은 경험을 겪고, 많은 생각을 했다.
나는 늘 기업의 목적은 두 가지라고 말한다.
하나, 고객 유치. 둘, 이익 창출.
즉, 고객의 입장에서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동시에 그 사람은 기업에 들어와서 회사에 이익이 되어야만 한다.
그래야 회사는 굴러가고, 사람을 뽑을 수 있다.
그렇다면 자기소개서와 포트폴리오는 어떻게 작성해야 할까.
지원 동기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만약에 팀프로젝트를 하는데 2명의 사람이 당신에게 팀을 하자고 한다.
한 명은 "아~ 니가 학점이 높으니까 너 나랑 같이 팀하자!"라고 말하고 있다.
다른 한 명은 "내가 너를 보니까, 넌 생각이 참 많은 거 같아. 다양한 경우의 수를 염두하고 있어. 근데 그러다보면 시간이 오래 걸릴 거 같아. 내가 선택하는 건 정말 잘해! 너의 많은 생각을 내가 옆에서 보조해줄게"라고 한다.
내가 누구에게 더 이끌리는지는 불보듯 뻔하다.
자 이제 내가 기업이 되고, 2명의 사람에 내가 들어간다.
한 명의 내가 이렇게 말한다. "와! 대기업! 안전한 직장! 높은 월급! 당신 회사에 들어가고 싶습니다!"
또 다른 나는 이렇게 말한다. "제가 이 기업을 분석해보니까 이런 부분에서 강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경쟁사에 비해 이런 부분이 부족합니다. 저에게 이런 경험이 있는데요, 부족한 부분을 제가 채울 수 있습니다. 함께 하시죠!"
기업은 어떤 나를 뽑겠는가?
이게 기업 분석이 필요한 이유이다.
채용 프로세스 부분에서 생각해보자.
제출한 서류와 포트폴리오는 누가 볼까? '인사담당자'가 본다.
데이터 분석이라는 IT 산업은 코드와 프로젝트가 중요하다.
그럼에도 기술 면접으로 넘어가지 않는 한, '인사담당자'가 서류를 읽는다.
인사담당자가 Back propagation이라는 용어를 알까?
Linear regression은? REST API는? Datalake는? Stable sort는? Immutable은?
알 수가 없다. 인사담당자가 이것도 모르냐!라고 하는 게 아니라, 지원자가 잘못했다고 말하고 싶다.
아무리 전문용어를 써서 내 노력과 위대함을 전달할 수 없다.
따라서 용어를 쉽게 바꾸고, 수치화해서 표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생각하는 게 있다. 궁금증을 품게 만드는 것이다.
얘는 어떻게 이걸 이렇게 했지? 왜 그렇게 생각했지?라는 의문이 들게 만들어야 한다.
서류를 보고 이 사람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면, 면접으로 부를 것이다.
당당하게 행동해야 한다. 앞서 말했듯, 나는 당신 회사에게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궁금하다면 면접으로 부르세요.
이런 마인드셋을 가지고 행동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부풀리거나 거짓말을 하라는 게 아니다.
교수가 대학원생 보듯, 어차피 그들은 나보다 현직에서 오래 구른 전문가다. 척보면 척이다.
예를 들어보자. '업무 보고 프로세스 시간 40% 단축'
??? 어떻게 했지라는 생각이 절로 들 것이다. 소제목을 쓰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이목을 끌고 궁금증을 유발한다. 나로 하여금, 얘는 누구일지 궁금하게 만드는 것이다.
40%가 우습게 보인다면, 아직도 수치화를 해보지 않거나, 비율에 대한 감각이 없는 거다.
대학에서 겪은 사소한 단위로 재지 말자.
기업은 천만, 억 단위로 행동하고, 시간도 몇 달, 몇 년 단위로 행동한다.
무엇이든 저런 크기에서 40%를 단축시켰다고 해보자. 엄청난 이익을 가져오는 것이다.
나에 대해서 진솔하게 말하되, 최대한 구체적으로 간결하게 적어야 한다.
미사여구와 수식어를 전부 제외하고, 최대한 담백하게.
그래서 인사담당자와 현직자로 하여금 궁금증을 품게 해야 한다.
얘는 어떻게 이걸 했지? 왜 이걸 이렇게 생각했지? 어떻게 이 결과가 나올 수 있었지?
그제야 비로소 내 인생의 가치관과 내 신념을 전달할 수 있다. 그러지 않으면 읽지도 않는다.
이런 생각으로 자기소개서와 포트폴리오를 작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가.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교육이다.
최근에 학교에서 취업 상담을 받을 일이 있었다.
평점도 나름 좋은 편이고, 자기소개서를 쓸 때 기업 분석도 열심히 하고 있다.
내가 하고 싶어하고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알고 있고, 내 직군도 좁혀졌다.
다양한 것을 해버릇해서 그런지 나의 시시비비를 금방 견적낼 수 있게 되었다.
지금 내 문제점이 무엇인지 알고 있고, 잘하는 점이 무엇인지도 알고 있다.
내 생각을 분명하게 표현할 줄도 알고, 적재적소에 단어를 사용할 줄도 안다.
덕분일까, "잘 준비하고 있네요, 혹시라도 취업하면 학과 후배에게 특강할 생각 없어요?" 라는 말을 들었다.
나는 내가 속한 학과에 2번째 기수다. 위에서 받은 것도 별로 없고, 교류도 크게 없었다.
그러다보니 친한 몇 애들만 신경쓰고 후배는 별로 생각이 없었다.
'이게 당연한 거지'라는 합리화를 하면서 4년을 다녔다.
이제와서 보니까 이것만큼 아쉽고 멍청한 행동이 없었다.
졸업을 앞둔 상황에 닥치니까 그제서야 나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생각났다.
나도 이렇게 전전긍긍하고 있는데, 다른 사람들은 어떨까.
4학년이 될 때까지 직군도 정하지 못하고, B2B는 뭐고 HR은 뭐고, 용어는 하나도 몰랐다.
내가 먼저 시행착오를 겪은 사람으로서, 이야기는 해줄 수 있지 않을까?
후배애게, 내 주변 사람들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지?
매번 아쉬움이 남았다.
상담 선생님의 말대로 하루 빨리 취업에 성공해서 후배들에게 하나라도 알려주고 싶다.
'나는 할 수 있다'는 것을 안다.
생각을 정리하고 나니 개운해졌다. 다시 힘내서 나아가자.
조금씩이라도 앞으로 나아가다보면 된다.
나는 안다. 오늘의 조금이 결코 헛되지 않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