샅보대와 대괄호
키보드에 Codpiece(샅보대) 그림이 두 개 들어간 경위는 다 고대 갈리아인 때문이다.
갈리아인은 지금의 프랑스 땅에 살면서 갈리아어를 쓰던 사람들이다.
그런데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나타나서 갈리아땅을 세 토막으로 나눠버렸다! 그렇게 갈리아어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갈리아어로 바지를 Braca라고 했는데, 로마 남자들은 다 치렁치렁한 Toga(토가)를 입었기에 '바지'라는 말이 없었다.
덕분에 Braca란 말이 살아남게 된다.
그 Braca에서 바지를 뜻하는 초기 프랑스어 Brague[브라그]가 나왔다.
프랑스인들은 샅보대를 뭐라고 부를까 하다가 '작은 바지'라는 뜻의 Braguette[브라게트]라고 불렀다.
철자가 Baguette[바게트]와 비슷하지만 혼동하면 안 된다.
프랑스어 Baguette는 '바게트 빵'을 뜻하기도 하지만 원래 '막대기'라는 뜻이었다.
그러니 프랑스 남자라면 "아, 내 Baguette가 너무 커서 Braguette에 들어가질 않네!"라고 허풍을 떨고 다녔다.
한마디로 다들 Braggart(허풍쟁이)라는 겁니다.
어원적으로 보면 다들 '샅보대를 자랑하는 사람'에 불과하지만 말이다.
어쨌든 Braguette(샅보대)는, 화살이 빗발치는 옛날 중세 전장에서 갑옷을 입을 때는 필수였다.
예컨대 헨리 8세의 갑옷에 달린 샅보대는 그 모양이 참 실용적이면서도 민망했다.
어찌나 크고 아름다운지! 적들이 한번 보면 겁먹고 그대로 빼버렸다고 한다.
사타구니에서 불룩 튀어나와 거의 배 보호판 앞까지 솟아 있었다!
그런데 이게 참 의미심장하다.
건물 벽면에서 툭 튀어나와 발코니나 지붕 따위를 받쳐주는 지지대를 뭐라고 할까?
놀랍게도 16세기까지는 그걸 마땅히 부를 말이 없었다.
어느 날 누군가 대성당 벽을 가만히 보다 불현듯 헨리 8세의 물건과 똑 닮았다는 걸 깨닫기 전까지 말이다.
그래서 건축물에 쓰이는 그런 지지대를 Bragget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아쉽게도 오늘날 이 단어는 쓰지 않는다.)
이야기는 이제 포카 혼타스로 이어진다.
포카 혼타스는 지금의 미국 버지니아 땅에 살던 포우하탄족의 공주였다.
물론 포우하탄족은 그곳이 버지니아가 아닌 '테나코마카'라고 알고 있었다.
영국인들은 그 오해를 바로잡아주기 위해서 총을 들고 나타났다.
그런데 포우하탄족은 말을 듣지 않았고, 존 스미스라는 영국인을 포로로 잡기에 이르렀다.
그를 처형하려는 순간, 포카 혼타스가 끼어들어 사정했고, 결국 풀려나게 된다.
항설에 따르면 포카 혼타스와 존 스미스는 열렬한 사랑에 빠져 뜨거운 사이가 되었다고 한다.
당시 포카 혼타스의 나이가 고작 열 살이었으니...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물론 이야기가 미화되어 어디까지 사실인지는 알 수 없는 턱이다.
하지만 포카 혼타스와 존 스미스는 둘 다 실존 인물이라는 것이다.
어찌됐든, 어느 날 존 스미스가 총기 사고를 치고 영국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그의 동료들은 포카 혼타스에게 존 스미스가 죽었다고 했고, 그 사실에 울면서 여위어갔다.
사실 존 스미스는 잘 살아 남아 열심히 사전을 쓰고 있었다.
<뱃사람의 문법 및 사전: 어려운 항해 용어 대백과
The Sea-Man's Grammer and Dictionary: Explaining all the Difficult Terms of Navigation>
이 책은 1627년 발간한, 선원 지망생을 대상으로 각종 항해 용어를 설명한 책이다.
이때 존 스미스가 자신의 책에 Bragget을 Bracket으로 적었다는 것이다.
그때부터 그 단어의 철자는 그렇게 고착되었다.
건축물에 쓰이는 그 지지대는 샅보대를 닮아서 Bragget으로, 또한 Bracket으로 되었다.
그런데 위아래로 두 개의 수평면을 한꺼번에 수직면에 고정하는 지지대도 있다.
이를 Double Bracket이라고 하는데, 그게 바로 [ 모양으로 생겼다!
혹시라도 벽에 설치한 책장이 주위에 있다면 한번 둘러보자. 그 안에 박혀 있을 것이다.
문장 부호 '대괄호'는 그걸 닮았다는 이유로 Bracket이 되었다.
1711년 윌리엄 휘스턴이라는 사람이 <원시 기독교 부흥 Primitive Christianity Revived>라는 책을 썼다.
이 책을 쓸 때 그리스어 문헌에서 구절을 많이 인용하였다.
자기가 번역한 영문을 먼저 적고, 그리스어 원문을 대괄호 안에 적은 것이다.
그 책에서 바로 대괄호를 최초로 Bracket이라고 불렀다.
이제 키보드 엔터 위쪽에 있는 조그마한 샅보대 두 개를 보자.
[ 와 ]가 잘 자리하고 있는가?
하필 또 민망하게도 Pants의 머리 글자인 'P' 옆에 사이좋게 놓여있다.
출처 : 걸어다니는 어원 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