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사/어원

닭 맞히기 놀이

_빌런 2022. 10. 30. 18:29

중세 프랑스에서의 도박은 단순했다.

몇 명이 모여서 단지 하나와 닭 한 마리만 있으면 됐다.

모든 사람이 단지에 똑같은 액수의 돈을 넣고, 손을 휘저어 닭을 적당한 거리로 쫓아낸다.

적당히 얼마쯤? 돌 던지면 닿을 정도(A stone's throw)로만

 

그리고 돌아가면서 닭에게 돌을 던진다.

닭은 날개를 퍼덕거리면서 도망다닌다. 이 닭을 제일 먼저 맞히는 사람이 돈을 모두 가져간다.

마지막으로 동물보호협회에 절대 신고하지 않기로 서로 약속하면 도박이 끝난다.

이게 프랑스 사람들이 즐겨하던 Game of chicken이다.

 

당연히 프랑스 사람들은 프랑스어를 사용한다.

닭은 Poule[풀]이라고 하고, 이런 놀이를 Jeu de poule[죄 드 풀]이라고 했다.

이 말이 닭 맞히기 놀이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쓰이기 시작했다.

 

카드 게임을 할 때 테이블 가운데 놓는 돈 단지를 poule이라고 불렀다.

17세기 영국 도박꾼들이 그 단어를 자국으로 수입했고, 철자는 Pool로 바뀌었다.

어찌됐든 테이블 가운데에 놓는 돈 단지는 Pool of money가 되었다.

 

Billiards(당구)가 인기를 끌면서 사람들이 내기 당구를 치기 시작했다.

그래서 돈을 걸고 하는 당구의 한 종류도 Pool이라고 불렀고, Shoot pool하면 '당구를 치다'가 되었다.

그렇게 마침내 불쌍한 프랑스 닭을 뜻하던 Pool은 음지에서 벗어나 양지로 진출했다.

 

도박꾼들이 돈을 Pool하는 이미지에 착안해 여러 의미로 사용했다.

'자원을 공유하다'라는 의미로 Pool thier resouces라 하고,

'차를 공유하다'라는 의미로 Pool their cars라고 했다. 이게 Car pool[카풀]이다.

급기야 Labour pool(인력풀)이라는 단어도 생겨났다.

 

결국 Pool은 개인을 넘어 인류 전체를 아우르는 개념으로 뻗어 나갔다.

1941년 만들어진 Gene pool(유전자풀)이 그것이다.

어원적으로 보면 우리는 모두 닭에서 파생한 셈이다.

 

// 참고로  Poule에서 바뀐 Pool은 물웅덩이를 뜻하는 Pool과는 어원적으로 전혀 다르다.

// 이말은 곧 Swimming pool(수영장), Rock pool(조수 웅덩이), Liverpool(리버풀)과는 무관하다.

 

 

출처 : 걸어다니는 어원 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