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사/어원

수지맞은 도박업자

_빌런 2022. 10. 30. 03:48

우리가 보는 전공 교재는 Book이다. 영어에는 Book이 들어간 희한한 표현이 많다.

Cook the books라고 하면 책을 구워 익힌다는 것인데 '장부를 조작하다',

Bring someone to book이라고 하면 누군가를 책 앞으로 끌고 나오는 것이니 '문책하다',

Throw the book at someone은 누군가의 얼굴에 책을 던지는 것이니 '엄벌을 내리다',

Take a leaf out of someone's book은 남의 책에서 한 장 뜯어가는 것이니 '남을 본뜨다'라는 뜻이 된다.

 

위에서 설명한 문장들은 어느 정도 이해와 납득이 되지만, 그렇지 않은 것들도 있다.

'뜻밖의 횡재', A turn-up for the books라는 표현은 이해하기 어렵다.

그럴 만한 게 정확히 말하자면 "books"보다는 "bookmakers"가 되어야 하니 말이다.

 

Book이 있는 곳에는 언제나 Bookmaker가 있기 마련이다.

Bookmaker는 원래 '책을 제본하는 업자'를 말한다.

또한 '책을 공장에서 물건 찍듯 대량으로 써내는 작가'를 뜻하기도 한다.

 

Bookmaker가 오늘날 '도박업자', '마권업자'를 뜻하게 된 건 빅토리아 시대 영국 경마장에서부터다.

경마장에서 Bookmaker라는 사람이 내기꾼들에게 돈을 받아 Betting book(내기 장부)에 기록했다.

그리고 Turn-up은 옛날에 '뜻밖의 행운', '수지맞은 일'을 뜻했다.

1873년에 나온 어느 속어 사전에는 다음과 같은 정의가 실려있다.

 

Turn up : an unexpected slice of luck. Among sporting men bookmakers are said to have a turn up when aunbacked horse wins

 

Turn up이란, 야외 스포츠 용어로써 뜻밖의 행운을 의미했다.

아무도 돈을 걸지 않은 말이 우승하면 도박업자가 Have a turn up, 수지맞았다고 했다.

 

돈을 걸지 않으려는 말은? 배당률이 가장 높은 말이다.

배당률이 100배라면 거는 사람은 없다. 보통 우승 후보로 꼽히는, 배당률이 낮은 말에 거는 게 당연하다.

도박꾼들은 아예 다른 말보다 월등히 앞서 손을 휘젓기만 해도 결승선을 넘을 만한 말에 돈을 건다.

손을 Shoo(훠이)하고 저으면 들어가는 그런 말을 Shoo-in(우승이 확실한 후보)이라고 한다.

 

도박꾼들은 웬만하면 우승 후보로 꼽히는 말에 돈을 건다.

하지만 아무도 예상치 못한 노마(老馬)가 우승을 한다면?

Bookmaker 입장에서는 이런 횡재가 없다. 판돈이 고스란히 자기 주머니에 들어가니 말이다.

그야말로 A turn-up for the books이 되는 거다.

 

사실 Bookmaker들은 특별히 운이 따르지 않아도 항상 돈을 번다.

파산하는 건 도박꾼이지, 도박업자가 아니니까.

도박을 하려면 도박업자를 끼지 않고 제로섬 게임(Zero sum game)을 하는 게 그나마 낫다.

참가자들끼리 돈을 한 데 모으고(Pool their money) 승자가 다 쓸어가는 게임.

 

이렇게 돈을 Pool하는 것은 프랑스에서 시작했다.

이때의 Pool은 수영장(Swimming pool)과는 전혀 관계 없고, 닭과 유전학과의 관계가 아주 높다.

 

// 참고로 『유토피아(Utopia)』를 쓴 토머스 모어(Sir Thomas More)는 1533년 "Bookmakers는 이제 차고 넘친다"라고도 했다.

// 그 발언을 남기고 해가 지나 참수형을 당하여 출판업계 입장에서는 다행이었을지도 모른다.

 

 

출처 : 걸어다니는 어원 사전